
세계적 학술지 Nature 게재…차세대 RNA 치료제 설계 기반 제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부총장 양지운) 생명정보공학과 이한솔 교수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공동 연구팀이 RNA 간섭 현상의 핵심 단백질인 아고넛(Argonaute)의 활성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아고넛 단백질이 miRNA를 받아들여 기능성 RNA-induced silencing complex(RISC)로 성숙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성과다. 그동안 포착하기 어려웠던 아고넛의 조립 중간 단계를 구조적으로 규명해, RNA 생물학과 차세대 RNA 치료제 개발 분야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종합과학 학술지 Nature(Journal Impact Factor 48.5, 5-year Journal IF 55.0)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Structural basis for chaperone-guided assembly of RNA-induced silencing complex’이다.
세포는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의 발현을 정교하게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miRNA는 특정 유전자가 지나치게 많이 작동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miRNA가 실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아고넛 단백질에 정확히 탑재되어 RISC를 형성해야 한다.
아고넛은 RNA 치료제 작동에도 핵심적인 단백질이다. 현재 개발·사용되는 siRNA 치료제 역시 아고넛에 탑재되어야 표적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아고넛이 어떤 방식으로 miRNA 또는 siRNA를 받아들이고 기능성 복합체로 완성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RNA 치료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아고넛의 구조 형성을 돕는 샤페론 단백질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샤페론과 결합한 아고넛 복합체인 AGO maturation complex(AMC)를 분리·정제하고,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원자 수준에서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샤페론은 아고넛을 열린 형태로 유지해 이중가닥 miRNA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miRNA가 결합하면 샤페론은 떨어져 나가고, 불필요한 RNA 한 가닥이 제거되면서 필요한 RNA 한 가닥만 아고넛에 남는다. 이 과정을 거쳐 아고넛은 표적 mRNA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활성 구조로 완성된다.
연구진은 시험관 내에서 아고넛 조립 과정을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완성된 아고넛-RNA 복합체가 실제 세포에서와 같이 표적 mRNA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세포 내 원래 형태에 가까운 이중가닥 miRNA가 존재할 때만 아고넛이 안정적으로 성숙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miRNA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제시했다. 기존에는 miRNA가 이미 준비된 아고넛 단백질에 단순히 탑재되는 정보 분자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miRNA가 아고넛의 구조적 완성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아고넛에 효율적으로 탑재되는 RNA의 조건도 함께 분석했다. RNA의 화학적 특성, 이중나선 구조, 20~24개 염기의 길이가 아고넛과의 안정적인 결합과 기능 획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임상에서 사용 중인 siRNA 치료제의 화학적 변형이 아고넛 조립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이번 성과는 RNA 치료제 개발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제시한 RNA의 구조적·화학적 조건은 기존의 시행착오 중심 치료제 개발을 보다 합리적인 설계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비어 있는 아고넛 성숙 복합체에 다양한 RNA를 넣어 기능성 복합체 형성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확장 가능하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이영윤 연구원, 정민석 연구원,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생명정보공학과 이한솔 교수가 공동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다니엘 연구원, 이재현 연구원, 박준선 연구원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장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대외교류팀